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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개별적 욕구와 공공의 이익이 만나는 곳, 남북관계의 경제학
마치 꿈을 꾸듯 이틀이 지나갔다. 문대통령과 김위원장 사이에 '이념을 넘어'라는 말이 오갔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TV속 모든 장면들은 '이념을 넘어 상호이익을 지향하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느새 중심 키워드는 '통일'에서 '평화'로 전환되고 있다. 급진적 통일론도, 항복을 받아내자는 흡수통일론도 '평화'에서는 달리 토를 달 말이 없다.
본디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말하고 행동하는 존재다. 법을 어기지 않고, 혹은 법을 피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장 질서의 근간이다. 이런 전제 위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정치적이자, 경제적이다. 어느 쪽의 비중이 높을까. 당연히 경제다. 정치는 경제를 포장하는 명분이자 절차다. 김대중, 노무현 당시의 정상회담 역시 동인은 경제였다. 이 모든 풍경을 경제로 볼 때 모든 해석이 가능하고, 전망도 성립한다.
'평화담론'은 한반도 전역의 긴장을 해소하고 자유로운 왕래와 교류협력의 전제 조건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구조다. 만약 통일을 중심에 놓게 되면 만만치 않은 부담이 뒤따른다. 그 부담이란 경제적 부담이다. 나는 이번 기획을 한 사람들이 변화하고 있는 대중들의 심리와 조건을 아주 잘 읽었다고 생각한다. '상호이익이 되는 거래'는 쉽지 않은 경제 활동이다. 경제만으로 풀 수 없으니 정치가 개입하여 절차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정치는 경제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다.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테이블로 끌어내는 유인은 정치의 얼굴을 한 경제다.
IMF 이후 대중들의 심리는 조금 더 실용적으로 변했다. 무엇이든 내 이익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획에 더 쉽게 참여하게 됐다는 의미다. 가치의 추구, 정의의 실현만으로는 공감을 이끌어내기가 힘들게 됐다. 가치를 추구하고 정의를 실현하려 노력하는 것이 당신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전망을 제시해야 비로소 참여한다.
한편, 순수하게 개인의 욕망만을 자극함으로써 모종의 기획에 대중을 참여시킬 수 있을까. 가령 지난 시기 '뉴타운 개발' 같은 소재만으로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올 수 있을까. IMF 이후 대중들은 실용적으로 변했지만, 시민성 또한 상승했다. 촛불 경험은 절차 민주주의 못지않게 일상의 민주주의에 눈을 뜨게 했고, 확장적 시야를 갖게 했다. 미투 운동은 이념으로서 민주주의가 생활 속에 스며드는 중요한 징후 중의 하나이다.
나는 이번 정상회담의 기획을 크게 반긴다. 허황한 감상이나 이념을 앞세우지 않고 실용적으로 접근했으되, 세련미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시민들의 동참 기회를 '경제'에서 끌어내는 노련함을 보였고, 신뢰할만하다는 상황 기획력을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민낯 욕망을 자극하지 않고도 '삶에 대한 희망'을 주는 방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내용없는 '통일대박론'과 근본적으로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실행력이 없이 '옳음'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큰 동참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그렇다고 그저 욕망을 자극하는 것도 자존심을 해치는 행위이다. 개인의 욕구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하는 기획, 환호했던 모든 시민들의 심리가 해석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섣불리 통일 로드맵 같은 것을 제시해 머리가 복잡해 지지 않도록 하면서도 지금 이 기획이 당신 개인의 이익에도 부합할 수 있다는 믿을 주는 것은 동기의 끈을 놓지 않게 하면서도 세련되게 상황을 이끌어가는 능력이다. 그 능력을 가진 사람을 타임지는 '협상가(THE NEGOTIATOR)'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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