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A2003에서 한국학생들의 문제해결력, 읽기, 수학, 과학 소양 수준이 상위권으로 발표되었다.
특히 문제해결력 부문은 1위로 나타나 그동안 주입식 암기위주의 교육을 비판해 왔던 사람들을
아연하게 하고 있다. 필자 역시 다른 것은 몰라도 문제해결력 부문에서 어떻게 한국학생들이
최상위권에 등극할 수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마침 이를 두고 교육부와 전교조, 그리고 유인종
전 서울교육감이 각기 다른 분석을 내 놓아서 눈길을 끈다.

안병영 전교육부총리는 이 결과를 토대로 볼 때 우리나라의 대다수 고등학생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골고루 일정 수준 이상에 있다고 분석하면서 인성교육, 창의성 신장 등 국민 기초교육 강화에 주력해 온
의무교육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상위권 학생들의
잠재력을 보다 확대시키기 위한 수월성 교육을 심화해야 한다고 부연하고 있다.

한편, 전교조는 PISA2003 결과에 대한 논평 자료를 내었는데, 한국 학생들의 높은 성취도가 무시험
전형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평준화 제도의 장점을 간접적으로 입증한다고 하면서 문제해결력이 1위로
나타난 것은 7차 교육과정의 시행에 의한 효과라기 보다 수능시험에 대비한 사교육의 강도 높은 선행학습
훈련에 의한 학습효과일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교육부의 자립형 사립고 추진을 반대하고 평준화 보완 입장을 견지해 왔던 유인종 전서울교육감이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 의하면 이번 PISA 결과는 논술, 서술형 및 문제해결력 중심의 수행평가와
토론 능력, 독서교육의 강조가 읽기 능력을 높였고, 인성, 창의성 교육과 특기적성 교육의 강조가 문제해결력을
높였다고 주장한다. 유 전교육감 역시 수월성 교육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교육부와 동일하다.

각자 처한 입장과 조건에 따라 분석이 달리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PISA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평준화 제도의 유지, 보완, 폐지까지도 거론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상위권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전체적으로 낮지 않다. 따라서
이번 결과를 토대로 수월성 교육의 확대나, 평준화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여기서 ‘2003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피사 2003)의 실무책임자인 베르나르 위고니에(57)
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국 부국장이 2004년 12월 8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한국의 평준화 정책이
효과적이었다고 강조한 부분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그는 “한국의 학교는 학교 안의 성취도
격차는 높지 않지만 학교들 사이의 학력 격차가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위고니에 부국장은 “한 학교에 다양한 배경의 변인을 가진 학생들을 함께 입학시켜 공부시킬 때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면서 한국의 평준화 정책인 통합교육을 적극 지지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할 때 성적이 더 올라갔다는 증거는 세계적으로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이야기는 결국 학교 안에서는 우수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을 섞어서 가르칠 때 효과적이고
학교간, 지역간 격차는 될 수도 적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컬럼의 목적은 한국 학생들의 문제해결력 수준이 세계 최상위로
나타난 것을 지금 당장 분석해 보고자 함은 아니다. 그것은 쉽지 않다. 깊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 연구는 결과를 정당화하거나, 정책을 단순 옹호하는 기능적인 연구가 아닌 한국사회와, 교육구조,
대학입시, 사교육 실태 등을 반영하는 총체적이고 사회문화적인 연구여야 한다.

아직도 사실, 필자는 한국 학생들이 받고 있는 교육에 비추어 문제해결력이 세계 으뜸이라는 결과에
대하여 좀 당황스럽다.
 

2005년 1월
교컴 대표 함영기

<참고>
PISA; 만 15살 학생들의 읽기 등 소양 수준과 그 배경을 연계 분석해 각국 교육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조사다.

문제해결력의 정의; 실제적, 범교과적, 생소한 문제 상황에서의 해결을 위한 인지과정 활용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