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 키우기 자발적 후원 |
- 1새 책! 『육식, 노예제, 성별위계를 거부한 생태적 저항의 화신, 벤저민 레이』 글·그림 데이비드 레스터, 마커스 레디커·폴 불 엮음, 김정연 옮김, 신은주 감수
- 2새 책! 『죽음의 왕, 대서양의 해적들』 글·그림 데이비드 레스터, 글 마커스 레디커, 폴 불 엮음, 김정연 옮김, 신은주 감수
- 3마음 속 우편함
- 4스무가지 조언
- 5사랑의 다른 말
- 6종이 아치 트러스 구조물 제작 활동지 및 도안
- 7강한 구조물과 제작(학습지)
- 82024 공연봄날이 4.24.(수) 첫 공연의 막을 올립니다.
- 9새 책! 『객체란 무엇인가 : 운동적 과정 객체론』 토머스 네일 지음, 김효진 옮김
- 10안녕하세요
|
span> |
교컴 포토갤러리 |
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폭주
온라인 글쓰기를 통해 무엇인가를 주장하려는 분들이 많이 있다. 온라인은 지면에 비해 그 효과의 강력함이나 지속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글을 쓰는 분들은 어떻게 하면 컴퓨터 화면으로 텍스트를 보는 독자들을 순간에 잡아둘 것인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 온라인의 특성상 독자들은 내용 중심으로 읽기보다 휙 스치면서 보는, 말하자면 텍스트 전체를 이미지화 해서 그 윤곽을 본다.*
글을 쓰는 사람은 여러 의도를 가지고 쓰겠지만, 강한 자극과 영향력을 기대하는 경우, 그리고 빠른 피드백을 원하는 경우에는 글의 진중함이 깨진다. 그래서 더 강한 어조, 감정 과잉, 공격 성향을 보인다. 이런 글쓰기를 상당 기간 지속할 경우 주변에선 <폭주>라는 진단을 내린다. 주변의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폭주하는 글쓰기는 차량의 브레이크에 해당하는 자기통제력을 상실했을 때 나타난다. 아울러 자기통제력의 상실은 자기정당화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폭주에 관성이 붙는다.
물론 폭주하는 글은, 어떤 경우에는 시원함을 주기도 한다. 대체로 더 큰 권력을 향한 공격적 글을 쓸 때 더욱 그러하다. 내가 즐겨 보던 글 중에도 최근 공격 성향이 강해진 경우가 있다. 내가 아는 이 분은 이런 분이 아닌데 최근 어떤 상황이 이 분을 이렇듯 긴장과 날카로움 속으로 내몰았을까를 생각해 본다. 여러 배경들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근원적으로 배경이 개선돼야 글도 순화될 것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사실 우리 주변의 고답적 제도와 관행들, 젠더 감수성, 세대를 인식하는 태도 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면 당연히 대응도 길고 지루할 것이다. 이런 답답함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이다. 순간적인 분노와 폭주로 상대를 일거에 제압하여 상황을 개선할 수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어떤 혁신적인 변화도 지루하고도 끈질긴 작용과 반작용 속에서 일어난다.
글쓴이와 친한 사람들만 시원하라고 글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페북 생태계는 종종 '끼리끼리 담화'에 갇히게 만든다.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비슷한 화면이 구성되고, 그 안에서 활발한 피드백을 주고 받을 경우, 해당 사용자 중심으로 글과 소식을 노출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글쓴이의 분노를 드러내자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그 내부에서 주고받는 행위에 그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경우 상처와 불편함은 그 내부에서 증폭하고 재생산되며, 여론인 양 확대 해석을 낳는다. 전체를 읽고 그 속에서 부분을 판단해야 하는데 부분으로 전체를 인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자기통제력. 남을 통제하기보다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특히 SNS 특성상 어떻게든 내게로 오는 관심도를 높이자는 의식이 작용하기 때문에, 긴장을 풀면 내 안의 브레이크, 즉 자기통제력을 놓아 버리게 된다. 다른 하나는 나를 둘러싼 주변세계에 대한 조금 더 관대한 인식이다. 내가 가진 생각이 옳다라는 확신이 들어도 판단이란 늘 상대적이다. 상황이나 맥락에 따라 다른 판단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폭주하는 마음을 달랜다.
업무가 폭주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힘든데, 글쓰기에서도 폭주하면 절제와 균형은 영영 멀어진다. 다들 아시는대로 난 그냥 미련하게 지면에 쓰듯이 여기에서도 쓴다. 길고 지루하게 쓴다. 그렇게 해도 소수는 꼼꼼하게 읽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온라인 속성상 글쓰기가 널을 뛸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쩌면 페북 초창기 멤버로서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런 미련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더 정확하게는 그 미련함에 공감해준 독자들 때문이었다.
* 요즘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이미지와 영상을 통해 정보를 획득한다. 텍스트 안에 담긴 개념이나 의미를 생각할 겨를은 없다. 매순간 이미지와 영상의 충격과 자극에 노출돼 있다. 문자 기반 텍스트를 더욱 회피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글을 읽고 쓰고 적용하지 못하는 문해맹이 나온다. 믿지 못하겠다면 당장 학생들에게 어떤 주제를 내어 주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글을 쓰라는 주문을 해 보면 안다. 문장이 구성되는지, 어휘를 맞게 쓰는지, 주장을 드러내는지... 자극성 강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인 결과이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 날짜 |
---|---|---|---|---|
오마이뉴스 기사로 보는 교컴지기 칼럼 모음 | 교컴지기 | 151569 | 2012.11.15 14:23 | |
교육희망 칼럼 모음 | 교컴지기 | 147601 | 2013.05.09 23:21 | |
교컴지기 일곱 번째 단행본 '교육사유' 출간 [18+16] | 교컴지기 | 165109 | 2014.01.14 22:23 | |
[신간]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 [1] | 교컴지기 | 90815 | 2019.10.23 16:05 | |
[교컴지기 신간] 교사, 책을 들다 [1] | 교컴지기 | 63561 | 2021.06.26 14:17 | |
[교컴지기 새책] 교사, 학습공동체에서 미래교육을 상상하다 | 교컴지기 | 44702 | 2023.02.19 07:04 | |
577 | [교육정책] 학종강화 VS 정시확대라는 프레임 | 교컴지기 | 4811 | 2018.04.08 07:39 |
576 | [교육방법] 학습자 중심 수업 - 아는 만큼 보인다? | 함영기 | 6260 | 2003.11.11 11:02 |
575 | [교사론] 학습공동체 담론의 함정 | 교컴지기 | 5274 | 2018.08.14 09:40 |
574 | [교육사회] 학생지도, 개인적 자유와 민주적 시민성 사이 | 교컴지기 | 8744 | 2013.10.04 12:27 |
573 | [학생일반] 학생인권조례, 이상과 현실 사이 | 교컴지기 | 7863 | 2010.07.09 18:41 |
572 | [교육사회] 학생의 이름을 부르도록 한다는 법안 발의가 생각하지 못한 것 [2+2] | 교컴지기 | 12845 | 2013.09.17 09:45 |
571 | [교육정책]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위한 교육 공공성의 회복 | 교컴지기 | 6437 | 2012.10.22 09:22 |
570 | [교수학습] 학생 참여 수업, 말뿐인 교실? | 교컴지기 | 7735 | 2018.05.24 10:03 |
569 | [교육정책] 학부모회에 예산 지원을 하려는 교과부의 의도 [1] | 교컴지기 | 5646 | 2009.11.11 08:26 |
568 | [교육철학] 학문적 세속주의 | 교컴지기 | 5712 | 2019.03.13 09:22 |
567 | [교육철학] 학급의 의미를 다시 상상함 [2+1] | 교컴지기 | 7459 | 2013.08.15 10:21 |
566 | [교육사회] 학급의 의미를 다시 상상함 [1] | 교컴지기 | 6269 | 2016.02.15 10:06 |
565 | [학생일반] 학교폭력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 교컴지기 | 8163 | 2013.02.03 07:11 |
564 | [교육사회] 학교평가 - 성과주의가 관료주의를 만났을 때 [2+1] | 교컴지기 | 9010 | 2013.07.15 10:50 |
563 | [교육철학] 학교장의 철학과 전문성 | 교컴지기 | 11695 | 2020.01.20 12:08 |
562 | [책이야기] 학교장의 마인드 vs 교사들의 열정 | 교컴지기 | 14678 | 2020.01.08 20:36 |
561 | [학생일반]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교컴지기 | 5624 | 2017.12.18 13:46 |
560 | [교육공간] 학교공간 혁신 사업, 적절한 속도 유지가 필요하다 | 교컴지기 | 7687 | 2019.04.23 09:49 |
559 | [정치경제] 하야든 탄핵이든 가야할 길은 민주적 시스템의 복원 | 교컴지기 | 5389 | 2016.11.23 09:50 |
558 | [교육공간] 핀란드의 고등학교, 그 놀라운 공간의 상상력 [1] | 교컴지기 | 11844 | 2013.02.09 14:50 |
557 | [교육방법] 피어코칭(Peer Coaching)을 아십니까? | 함영기 | 7425 | 2006.09.06 08:25 |
556 | [사회문화] 프랑스 고교생들의 문학적 상상력 기르기, 르 공쿠르 데 리세앙 | 교컴지기 | 4837 | 2017.12.14 13:14 |
555 | [교수학습] 표준화 신화와 평균의 종말 | 교컴지기 | 6773 | 2018.05.13 11:29 |
>> | [이런저런] 폭주 | 교컴지기 | 6079 | 2019.05.17 13:17 |
553 | [교육정책] 평범한 현장교사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 교컴지기 | 5215 | 2017.07.13 07:20 |
552 | [교육정책] 평범한 현장교사가 진보교육감의 효과를 체감하게 하라 | 교컴지기 | 7848 | 2014.07.12 14:30 |
551 | [책이야기] 평등(Equity) 개념을 드러내기 | 교컴지기 | 6464 | 2017.09.18 08:51 |
550 | [사회문화] 페이스북은 왜 사용자의 연애 방식을 물을까? | 교컴지기 | 4775 | 2017.12.07 13:15 |
549 | [이런저런] 페이스북, 그 작동방식에 대한 쓸데 없는 고찰 | 교컴지기 | 5441 | 2019.05.17 13:09 |
548 | [사회문화] 페이스북 이야기 | 교컴지기 | 5694 | 2013.03.21 11: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