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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신간안내] 교사, 학습공동체에서 미래교육을 상상하다(함영기 지음)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한겨레 21은 상업주의로부터 자유로운가?(98.4)

함영기 | 2003.04.22 09:56 | 조회 7630 | 공감 0 | 비공감 0
1998년 4월 23일자 한겨레21 제204호 추적기사
'교사접대, 학부모는 피곤하다'에 대한 반론

함영기(서울 양천중 교사)


위 기사는 현재 일선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학부모와 학교간의 교사접대와 촌지수수관행을 추적기사 형식으로 쓴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에는 모 중학교의 교사가 촌지수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켰고 이해찬 교육부장관도 이 문제에 대하여 엄중한 경고를 내린바 있어 이 기사는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기사는 '교사접대, 학부모는 피곤하다'를 큰 제목으로 뽑고 '일부학교 노골적 강요...교육은 물 건너가고 향응만 남아'를 소제목으로 하여 모두 4장의 사진과 함께 3쪽에 걸쳐 교육현장의 적나라한 모습을 파헤치려 노력하였다.


또한 두 번째 쪽의 우측상단에는 '그러나, 이런 학교도 있었네'라는 제목으로 예산을 공개적으로 심의, 집행하는 서울 창경초등학교의 예를 들어 '학교가 투명해질 수도 있다'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 놓기도 하였다. 나는 기사를 읽고 몇 일을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결국은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일선학교의 평범한 젊은 교사에 불과한 내가 시사주간지 기사 때문에 우울함에 빠진다는 것도 우습지만 대다수 평범한 교사들을 우울함에 빠지게 하는 힘이 이 기사에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과연 펜의 힘이 무섭구나하는 생각 또한 감출 수 없다.


나는 교사의 이기심으로 이 기사의 시비를 가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모름지기 기사란 객관적 실재에 접근하는 것이 생명이라고 할 때, 한겨레 21의 편집의도에 쉽사리 동의하기 힘든 점을 이야기하려는 것이다. 정론지를 자처하는 한겨레와 자매지인 한겨레21에 걸고있는 독자들의 시선은 펜의 힘 이상으로 엄하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담담한 마음으로 글을 시작하려 한다.


우선 이 기사는 '교사접대, 학부모는 피곤하다'라는 큰 제목으로 시작한다. 제목은 내용을 압축하여 일반화한다는 상식을 생각할 때 마치도 '교사접대'에 관한 문제가 교육문제 중에서 학부모를 피곤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물론 바로 밑의 소제목은 '일부학교 노골적 강요...교육은 물 건너가고 향응만 남아'로 처리하여 '일부학교'임을 밝히고 있지만 '향응만 남아'라는 글귀는 '일부학교'라는 문구를 이미 압도하고 있으며, 기사 전체에 흐르는 맥락 또한 이러한 사례가 일부학교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여러 곳에서 암시하고 있다.


글머리에는 어느 학교의 교감이 학부모회장에게 스승의 날과 체육대회 날을 가리키며 '몇 푼이라도 쪽 돌리고...', '유니폼을 맞추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나와 있다. 지금도 학교현장에서 이러한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지는 현장에 있는 나로서도 대단히 생소하다. 설사 그러한 내용이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 할지라도 교감의 요구를 거부했을 경우 기사내용대로 '찍히는 것'인지도 생소하다. 또한 요구에 불응했을 경우 아이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라는 학부모 당사자의 느낌을 적고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일반적인 사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뒤이어 기사는 '교사접대'의 관행이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면서도 다시금 몇 사례를 들어 '고질적'임을 강조한다. 공식적인 회식만 3회가 넘는다, 운동이나 소풍 후에는 학년별 회식이 있다는 식이다. 심지어 목욕비까지 갹출을 한다고 쓰고 있는 대목에서 나는 심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째 큰 단락은 모든 학부모의 간부화를 통해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시작이 되는데 교사가 돈 많은 학부모를 '봉'으로 생각한다는 등의 표현도 거침없이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런 접대문화가 초, 중,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중산층 거주 아파트 밀집지역일수록 극심하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운동회나 소풍 뒤에 이루어지는 회식에서는 구체적으로 액수까지 제시하며 공공연하게 전달되는 것처럼 적고 있다. 나는 교단에 선지 올해로 13년이 넘었지만 '쎄다'라는 은어를 이 번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 학교에 열심히 재정지원을 하는 학부모를 '쎄다'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기사는 '할아버지 교감'과의 블루스라는 세 번째 단락에서 절정을 이룬다. 내용인즉 회식 후에는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으로 2차를 가서 분위기가 무르익자 교감이 함께 '블루스를 땡기자'고 제안했다는 것인데, 사실이라면 정말로 얼굴이 화끈거리는 대목이다. 이어서 기자의 의견으로 처리된 문장을 보면 '재정적 능력이 없으면 반장이나 학부모회 회장을 맡을 수 없다는 선입견을 심어줘 지레 학교활동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마치도 7,80년대의 학교풍경을 스케치 한 것 같은 인상이다. 적어도 현재 일선 학교에서 반장을 선출하는데 교사가 관여하는 일은 없다.


그리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중에서도 많은 수가 반장에 출마하여 당선되고 열심히 꿋꿋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 ꑁ 고등학교의 한 교사가 실제로 기사에서 처럼 이야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돈을 많이 땡기는 학년주임이 교장한테 능력 있는 사람으로 비쳐진다'라는 말이 있는데 학년주임의 능력이 '돈을 많이 땡기는 재주'로 평가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은 정말 낯설기 그지없다. 결정적인 표현은 바로 뒤 이어 나오는데 '2백만원만 쓰면 1억원에 이르는 육성회비를 주무를 수 있다'라는 표현이다. 이러한 글은 사실과 너무 다르다. 우리 나라의 어느 학교에서 1억원에 이르는 육성회비를 학부모 대표가 주무르는지, 또한 학교 재정을 운영하는데 있어 이런 곳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의문이 든다.


앞서 지적한 두 번째 페이지의 '그러나, 이런 학교도 있네'에서는 씁쓸한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기 때문이다. 전체 기사는 학교현장이 접대문화와 촌지수수에 썩어있다고 하면서 '(가물에 콩 나듯이)이렇게 투명한 학교도 있다'는 투이다. 내가 알기로 학교운영위원회가 생긴 이후 거의 모든 학교에서는 학교예산을 공개한다. 기자는 '세부항목의 예산까지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학교운영위원회에서는 '예산총액을 심의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항목을 심의하여 통과시켜야' 학교장이 집행할 수 있는 구조로 돼있다.


따라서 나는 한겨레 21의 편집담당자와 이 기사를 쓴 이용인 기자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거나 객관적 사실에 접근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혹시라도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지나치게 학교관리자의 입장에서 기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수도 있겠다. 내 신분을 밝혀 두거니와 나는 지난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되어 5년간을 교단에 서지 못하였었다. 그리고 전 학교와 현재의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 교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도 가끔 학교운영에 비판적인 문제교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또 한겨레를 창간호부터 구독한 건실한 독자이고 공동주주이기도 하며 지금은 인터넷과 가판에 의존하지만 한겨레21의 교육기사만큼은 빼놓지 않고 읽어보는 젊은 교사이다. 굳이 신분을 밝히는 이유는 이번 한겨레21의 기사는 교육문제에 대하여 끊임없이 고민을 해왔던 나와 비슷한 교사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기 보다는 오히려 고개를 들 수 없는 자괴감을 안겨주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그것도 일반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특수한 몇 사례의 인터뷰만을 가지고 전체 기사의 흐름을 잡았다는 점에서는 도대체 이 기사가 무엇을 목적으로 작성되었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재 교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무원이나 교사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이라느니, 정리해고 당할 염려가 없으니 좋겠다는 등 무슨 죄인인 것처럼 취급당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대다수의 교사들은 아이들을 위하여 정말로 열성적으로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나름대로의 결론은 한겨레 21에 주는 고언이다. 바로 '한겨레 21이 상업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다. 이 기사에 흐르는 선정적 표현들, 예컨데 '몇 푼이라도 쫙 돌리면', '(아이가) 찍히느냐', '모든 학부모의 간부화', '봉', '쎄다', '할아버지 교감과의 블루스', '블루스를 땡기자', '악어와 악어새같은 공생관계', '돈을 많이 땡기는 학년주임' 등은 이 기사가 시류에 편승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모 교사의 촌지수수 사건이 보도되어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니까 서둘러 취재하고 기사화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마치도 '사건과 실화' 류의 잡지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이다.


요즘 같은 사회분위기에서 교육기사를 읽고 희망을 발견하고 싶다는 기대는 욕심이라는 것을 알지만 적어도 활자화되어 독자들에게 다가갈때는 숙고를 거듭했으면 한다. 특히 그것이 교육문제를 다루고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독자들은 어려울 때일수록 굳건한 모습을 원한다. 보다 애정 어린 시각과 철저한 사실보도로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해주기 바란다.

98년 4월 함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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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5월 첫 주 한겨레21(206호 92~93쪽)에 실렸습니다. 물론 편집이 많이 돼서 원문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아래 글은 원문 그대로입니다. 읽어보시고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반론을 제기한 기사는 아래에 원문 그대로 올려놓았습니다. 비교하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운영자 주)


교사 접대, 학부모는 피곤하다


일부 학교 노골적 강요… 교육은 물 건너가고 향응만 남아

(사진/학교쪽의 접대요구에 학부모들은 드러내놓고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삐딱한’ 학부모로 찍혀 아이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다름이 아니고요….”

교감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책상 서랍을 열더니 1년 동안의 학교행사 일정표를 꺼내들었다. 그리곤 스승의 날에 빨간색 동그라미를 그렸다. “학부모들이 감사의 표시로 정성 들여 꽃을 하나씩 드리고 다만 몇푼이라도 쫙 돌리면 서로 기분 좋은 것 아닙니까. 작년에도 학부모 임원들이 돈을 모아 (교사들에게) 식사대접을 했습니다.” 교감은 다시 일정표를 죽 건너뛰더니 2학기에 잡혀 있는 교사 체육대회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지난해는 교사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똑같은 모자를 쓰니까 굉장히 멋있었습니다. 교사들 사기 진작에 큰 도움이 되었죠.”


거절했다가는 1년 내내 골치


지난 3월 말 서울 ㅅ초등학교 학부모 회장에 당선된 ㅈ아무개(34)씨는 학교운영위원회 문제를 상의하러 학교에 들렀다가 교감과 미묘한 감정대립을 겪어야 했다. 아이가 2학년인지라 초보 학부모에 속했지만 공공연하게 나도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막상 대놓고 이런 요구를 받고보니 처신할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교감이 딱히 올해도 그렇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교감의 속내가 무엇인지는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올해도’ 학부모회 임원들의 돈을 추렴해 대접을 해달라는 거였다.

거절했다가는 1년 내내 학교 활동이 피곤해질 것임은 뻔한 이치였다. 혹시라도 ‘삐딱한’ 학부모로 찍혀 아이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도 있는 문제였다. “찍히느냐”, 아니면 “알았다”며 순수하게 요구를 들어줄 것이냐. 고심 끝에 완곡하게 거부 의사를 표시하기로 했다. “교사들 사기 진작이 필요하시다면 학교운영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려보겠습니다”고 한 것이다. 교감의 얼굴 표정이 나무토막처럼 굳어지면서 둘 사이에 냉랭한 공기가 흘렀다. 지난해 교사·학부모 체육대회 때도 학부모 임원들이 2백70여만원의 돈을 모아 교사 회식비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 뒤였다.


교사 접대. 몇몇 학부모들이 돈을 걷어 교사들에게 회식 따위를 제공하는 관례가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학교에서는 은근히 학부모들에게 접대를 ‘강요’하고 있다. 또 몇몇 학부모들도 여기에 부화뇌동해 자기 과시를 목적으로 먼저 접대를 제안하곤 한다. 심한 경우 ‘공식적’인 회식만 해도 1년에 서너번을 넘는다. 스승의 날과 학기 초, 학년 말에 하는 회식은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다 운동회나 소풍을 갔다온 뒤 하는 학년별 회식이 있고, 때론 목욕비까지 갹출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모든 학부모의 간부화로 경쟁 유도


비정기적으로는 어머니회나 보이스카우트 같은 자생적 단체들이 교감이나 부장 교사들을 ‘모시고’ 하는 회식이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장이나 교감이 학교운영위원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소년우주단, 체육진흥회, 아람단 따위의 학부모 임의단체를 만들도록 부추기기도 한다. ‘모든 학부모의 간부화’를 통해 일부러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각 단체의 회장을 맡은 아이의 학부모들은 몸이 달아 “우리 단체 좀 키워달라”며 학교 관리자들한테 더욱 매달리게 된다. 이쯤되면 ‘교육’은 뒷전에 처박힐 수 밖에 있다. 이런 접대 문화는 초·중·고등학교를 막론하고 목동이나 강남, 분당, 일산 등 중산층 거주 아파트 밀집지역일수록 극심하다고 학부모나 교사들은 전한다.

(사진/소풍이나 운동회가 끝나면 뒤풀이로 '학년별' 교사 회식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서울 목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학생의 학부모 ㄱ아무개(41)씨는 지난해 12월 학교운영위원회 망년회에 참석했다가 입이 딱 벌어졌다. 경치 좋기로 소문난 시 외곽의 한 양식집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남북 정상회담을 하는 것처럼” 상차림이 번지르르했던 것이다. 서울 시내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수가 적은, 1인당 5만원짜리 식사라고 했다. 식사중간 포도주와 양주가 분위기를 돋웠다. 미리 돈을 걷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비용을 충당할까 내심 걱정이 됐다. 하지만 재력가로 알려진 한 학부모가 참석한 것을 보고는 이내 마음이 놓였다. 그는 교사들 사이에서 ‘봉’으로 통하는 학부모였다. 덕분에 첫아이에 이어 둘째아이까지 8년째 학교 육성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참석자 18명 가운데 학부모는 단 3명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교사였다. 그 학부모는 나중에 “운영위원회 사람들만 대접하려 했는데 교장선생님이 이왕이면 많은 선생들을 모시고 가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아이 담임선생님과 부담임, 부장 교사까지 모두 초청하게 됐다”고 귀띔을 해줬다.


이 학교의 경우 소풍이나 운동회가 끝나면 뒷풀이로 ‘학년별’ 교사 회식이 이루어진다. 행사가 있기 전 학년주임들이 나서 담당학년 학부모 가운데 ‘쎄다’를 지목해 학교에 잠깐 들러줄 것을 부탁한다. 학교에 열심히 재정지원을 하는 학부모들을 ‘쎄다’라는 은어로 부르는 것이다. ‘쎄다’가 없으면 어머니회 회장 등을 통해 부탁한다. 그러면 회장이 주축이 돼 몇몇 학부모들이 대략 30만∼40만원씩을 추렴해 ‘대접’을 하는 것이다. 졸업식 때는 회장 50만원, 부회장 25만원, 나머지 학부모는 10만원씩 추렴해 대략 2백만원 안팎을 모아 회식비로 전달한다.


‘할아버지 교감’과의 블루스


학부모와 교사들이 회식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란 시시콜콜한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런 자리에서 교육적인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괜시리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으로 눈총을 받는 것이다. 더구나 교장이나 교감이 떡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앞에서 교사와 학부모가 교육문제로 ‘지방방송’을 하기란 쉽지 않다.


식사와 술자리에 이어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으로 2차를 갔다가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ㅈ씨는 3월 말 학교운영위원회 상견례를 마치고 단란주점까지 갔다가 ‘모욕감’을 느꼈다며 분개해 했다. 몇번이나 집에 가려는 것을 억지로 끌려 노래방까지 간 것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자 술이 오른 ‘할아버지’ 교감이 손을 내밀었다. 함께 블루스를 ‘땡기자’는 표시였다. 이전에 생각했던 교사와 학부모의 ‘신성한’ 관계가 산산이 깨지는 것 같았다. 옆의 학부모들도 오히려 부추겼다. “젊으니까 그렇지. 우리도 지난해에 한번씩 다했어. 왜 좋은 분위기를 깨려고 해.” 그는 블루스를 추면서 입을 꾹다물었다. 험한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사실 회식에 참석하는 대부분의 평교사들도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비용을 댄다는 것을 알면서도 뒤로 빼기가 쉽지 않다. 교장이나 학년주임이 회식 참석을 종용하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교사사회에서 고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ㅁ중학교의 한 교사는 “잘못된 관례라는 것을 알고 있는 교사들도 적응하기가 아주 힘든 문제”라고 토로한다. 촌지야 개인적인 양심에 따라 행동할 여지가 있지만 회식 참석 거부는 금방 눈에 띄기 때문이다.


몇몇 학부모 또는 한두명 학부모의 돈으로 교사들을 접대하는 문화가 ‘사회 관행’에 비춰보면 아주 사소한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사회에서는 그보다 더한 ‘접대’문화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관례가 학교라는 테두리 속으로 들어오면 문제는 달라진다. ‘모든’ 또는 ‘뜻있는’ 학부모들이 학교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봉쇄되는 것이다. 재정적 능력이 없으면 반장이나 학부모회 회장을 맡을 수 없다는 선입견을 심어줘 지레 학교활동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것이다.


교사 회식, 차라리 양성화를


서울 ㅂ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이런 관행이 몇몇 간부 교사들과 학부모 사이의,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관계라고 표현한다. “돈을 많이 ‘땡기는’ 학년주임이 교장한테 능력있는 사람으로 비춰집니다. 또 돈을 많이 내는 학부모는 학교에서 능력있는 학부모로 간주되고 사실상 학교운영의 파트너가 됩니다. ‘돈’과 ‘교육’이 거래되는 관계라고 할 수 있죠.” “2백만원만 쓰면 1억원에 이르는 육성회비를 주무를 수 있다”는 자조섞인 한 학부모의 말도, 학부모 대표권이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따라 학부모단체들이나 현장교사들은 학기초나 스승의 날에 행해지는 교사 회식을 차라리 양성화하는 게 낫다고 말한다. 어차피 일반 회사에 부서 회식비가 있는 것처럼 ‘사기 진작 차원에서’ 교사 회식도 꼭 필요한 만큼 학교 예산에 반영을 하자는 주장이다. 서로 불편한 회식자리에 굳이 학부모를 참석시키지 않아도 되고 ‘돈독한’ 분위기를 위해 술자리나 단란주점까지 갈 필요도 없는 것이다. 참교육학부모회 윤지희 사무처장은 “그렇게 되면 교사와 학부모의 집단적인 만남은 학년별로 간단한 다과회만 열어도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사적으로 친해진 관계 속에서 교육적인 얘기를 하고 싶다면 오히려 개인적인 만남이나 상담이 훨씬 나을 것이다. 문제는 학교장의 의지”라고 말한다.


한겨레21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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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교육사회] 정보화시대 교육운동(99.9) 함영기 6214 2003.04.22 10:05
17 [학생일반] 요즘 아이들-2 (99.6) 함영기 5524 2003.04.22 10:03
16 [학생일반] 요즘 아이들-1 (99.6) 함영기 5566 2003.04.22 10:03
15 [교사론] 의미를 잃어버린 스승의 날(1999년 5월) 함영기 6036 2003.04.22 10:02
14 [교육정책] 그래도 해야할 교육개혁에 대한 반론(99.5) 함영기 5527 2003.04.22 10:01
13 [교사론] 교육학특강 최단기 준비반? (99.4) 함영기 5708 2003.04.22 09:59
12 [교원단체] 전교조 선거결과를 보고...(99.4) 함영기 6822 2003.04.22 09:59
11 [교사론] 교원정년 단축에 대한 짧은 생각(98.11) 함영기 6554 2003.04.22 09:58
10 [교육사회] 공교육의 위기 혹은 해체에 대하여(98.9) 함영기 6551 2003.04.22 09:57
>> [사회문화] 한겨레 21은 상업주의로부터 자유로운가?(98.4) 함영기 7631 2003.04.22 09:56
8 [교육정책] 새물결 운동 유감(98.3) 함영기 6590 2003.04.22 0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