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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시간을 복원하는 남자
<시간을 복원하는 남자, 김겸 지음, 문학동네>
천년 예술에서 시간의 퇴적층을 만날 때 우리는 순간에서 영원을 체험한다. 복원전문가의 일과 예술, 그리고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를 복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열사의 호흡을 되살리는 과정을 설명한다. 기술적 완료가 아닌 잃어버린 시간을 현재화시키는 일이라는 저자의 복원 철학은 책의 곳곳에 녹아 있다.
"내가 복원하는 대상은 1980년대 타이거 운동화가 아닌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다. 그러니 그 인물의 개성, 성격, 손길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기록에는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 76쪽
"힘든 작업일수록 작업 과정에서 이미 수많은 상념의 터널을 지나야 하기에, 정작 작업이 끝난 후에는 아무런 마음의 잔상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 78쪽
복원은 물리적 과정이지만 그 과정은 지난 시간, 그리고 과거의 사람과 숨결을 나누는 과정이다. 복원의 의도는 시간을 충실하게 되살리는 일이자 과거를 현재의 시점에 돌려 놓는 일이기도 하다. 육체적 노동이면서 정신적 교감에 이르는 순환의 과정이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이다.
몇해 전 연수원에 근무할 때 <피아노가 있는 미술 이야기>라는 문화 프로그램을 도입했었다. 그때 딱 한 번 보았던 저자께서 책을 보내오셨다. 저자보단 출판일을 하는 부인(Kyeong Ah Woo)을 먼저 알았고, 이래서 부부와 모두 인연을 맺게된 셈인데 참 멋지게 사는 분들이다. 이 책을 통해 복원전문가라는 새로운 일에 대한 인식과 공감이 넓어지길 기대한다.
글은 시종 담담하고, 조용하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지만 전혀 자만으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하는 일을 글을 통해 차분하게 소개하고 공감을 구하는 일 역시 행복해 보인다. 책을 읽는 중에 내내 부럽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54129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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