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도와주세요.\" 인터넷상의 \'얼굴 없는 선생님\' 함영기(咸榮起.40.右)씨의 홈페이지(http://edumaster.org)에는 상담을 원하는 청소년들의 E메일이 연일 배달된다.

 

친구 사이의 삼각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여고생, 난해한 물리 이론에 대한 설명 문의 등 상담내용도 가지각색이다.

15년간 교단에서 수학을 가르쳐온 咸씨는 요즘 \'낮밤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숫자와 씨름한 咸씨가 퇴근 후 컴퓨터 앞에 앉으면 어느새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의 자상한 캡틴 선생님으로 변해 있다.

 

\'또 하나의 학교\' 인 咸씨의 홈페이지에는 이같은 고민상담뿐만 아니라 교육현실에 대한 의견, 초보 홈페이지 만드는 법 등 다양한 정보가 마련돼 있다.

 

咸씨가 교실 밖에서 학생들을 만나게 된 것은 97년8월. 89년 5월 참교육을 외치며 \'전교조\' 에 가입한 咸씨는 곧바로 1천5백여명의 교사와 함께 학교를 떠나야 했다. 이후 해직교사라는 멍에를 안고 교육개선과 해직교사 복직 투쟁에 나선 끝에 5년만에 다시 교단에 복귀했다.

 

그러나 5년이라는 공백은 咸씨의 생각보다 컸다. \"학교로 다시 돌아갔을 때 가르치는 내용이나 학습방법이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학생들은 하루하루 달라지는데 학교가 정체돼 있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죠.\"

 

咸씨는 곧 학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바로 컴퓨터 세대가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홈페이지\' 라는 열린 공간이었다. 해직교사 시절 만난 아내 장선미(張善美.36)씨도 咸씨의 영향을 받아 올해초 \'사회공부방\' (http://myhome.shinbiro.com/~jsm0123)을 개설했다.

張씨는 사회 과목 학습시 매체를 이용한 교수 방법을 끊임없이 고안해내고 있다. 필기 대신 예화자료(그림이나 그래픽으로 알기 쉽게 내용을 설명하는 것)를 사용하고, 딱딱한 설명 대신 CD롬으로 동화상을 보여줬다.

 

\"미디어와 친숙한 학생들이 너무 좋아하는 걸 보고 다른 교사들에게도 방대한 자료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10년전 제대로 된 교육을 해보자며 젊음을 바친 이들 부부가 이젠 각자의 홈페이지를 통해 버전업된 \'참교육\' 을 하루하루 실천하고 있다.

 

중앙일보 박지영 기자

제 목 : [홈페이지로 청소년상담 부부교사 함영기.장선미씨]
뉴스제공시각 : 1999/09/30 20:20 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