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용 PC 평균 60% 노후기종 전락
교육정보화 교원들에 위기감 줘선 안돼

발등의 불, 올해부터 모든 교과에서 ICT(정보통신기술)활용수업을 10% 이상
해야 한다. 그러나 ICT활용수업이 교육과정에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고
바로 적용할 수업모델 부족해 교사들은 당장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웹기반수업(WBI)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WBI는 최근 들어 더욱 활발히 소개되고 있으며 우리 교육의 숙제인
문제중심학습, 자기주도적 학습 등 새로운 교육의 나아갈 방향를 제시해
주고 있다. 공교육 문제에 인터넷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직 교사로 '전국 교사 인터넷 커뮤니티(http://edcom.co.kr)'를 운영하는 등
웹기반수업 모형 개발과 보급에 선구자적 활약을 펼치고 있는
함영기교사(서울 양천중)를 만나 ICT활용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의 형편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함교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현장에서 느끼는 학교교육정보화의 문제는 무엇인가?

--> 인프라 측면부터 말하자면 정부가 가시적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사업이
무계획적으로 흐르고 말았다. 컴퓨터는 구입과 동시에 열심히 사용하여
본전을 뽑지 않으면 곧바로 예산의 낭비로 이어지는데 불과 3~4년 전에
들여온 교단선진화 장비는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부족과 교육자료 개발이
없는 상태에서 방치돼 벌써 사용하기 힘든 노후기종이 되어 버렸다.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대체로 이런 컴퓨터가 60%를 넘어서고 있다.

또한 교사들의 정보화 마인드 형성도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 열린교육이
기대에 못미친 것 처럼 ICT활용 수업도 처음부터 문제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 협동의식 고취를 위한 교원연수가 꼭 필요하다.

연수의 방향도 문제다.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익히는 실무연수를 벗어나
교육학습자료를 개발기 위한 기획과 아이디어 창출 방안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 교육정보화의 추진과정이 원고교사들에게 불리하다. 특별히 ICT 활용수업과
관련해 교직사회의 갈등이 예상된다.

--> 교육정보화에 원로교사의 경험을 수용해야 한다. 재래식 교육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젊은 교사들도 생각만큼 컴퓨터에 능숙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교육정보화를 둘러싸고 야기될 수 있는 신/구 수업방법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교육정보화와 관련 선생님들에게 위기감을 줘선 안된다. 교육 방법은
얼마든지 다양하다. 웹기반수업의 장점이 많다고 해서 이전 수업 방법이
전적으로 웹기반수업보다 못한 것이 아니다.

- 지금까지 웹기반수업을 연구하며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나?

--> WBI를 처음으로 시도하는 교사들은 수업진행에 전적으로 컴퓨터를 도입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럴 경우 교사들은 문제중심학습의
취지를 잊고 사소한 컴퓨터 기술에 집착하게 된다. 웹기반 수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학생들로 하여금 문제해결력을 키워주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보장하는데 있다.

- 최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정부가 컴퓨터와 인터넷 통신비를
지원하고 있다.

--> 정보자원의 균등 배분을 위해 노력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너무 요란하게 구호성으로 흐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작년에
두 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았는데 이 일로 작성하거나 보고한 서류가 꽤 많다.
보이기 위한 것에 너무 치중하지 않았으면 한다.

- 교육용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 교육용 소프트웨어의 지원이 너무 미약한 실정이다. 정부에서 이런 부분의
예산 확보를 위해 더욱 힘써줄 것을 촉구한다.

미국의 예를 보면 소프트웨어가 교육목적으로 사용될 때는 생각만큼
규제가 많지 않다. 교육기관을 상대로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단속을
벌이겠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무리한 발상인가? 어차피 상부기관에서 요구하는
양식이나 산출물이 정품만을 사용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용 소프트웨서 공모전을 통해서도 많은 작품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교육현장에서는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지 못한 것도 문제이다.

**** 함영기교사(교실밖선생님) 프로필

함교사(양천중/수학)는 97년 개설된 교육정보 홈페이지 '교실밖선생님'의
운영자로 이미 유명하다. 교실밖선생님은 방문자 수가 무려 70만명에 이르며
전국의 교사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국교사 인터넷 커뮤니티'는 그가 웹기반수업 정보 공유를 위해 따로
만든 곳이다. 이 사이트는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지금까지 회원수가 800명을 넘었다.

현재 함교사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비공개된 것까지 10여개에 이른다.
이런 초인적인 활약에 대해 그동안 함교사를 취재한 언론들은 놀라운
관심을 나타내었다.

이에 대해 그는 교육용 웹사이트는 처음 제작할 때 기획과 설계가 성공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뿌리가 튼튼해야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

그렇기는 하지만 함교사도 이제 힘이 들다. 지금은 자신이 관리하는 사이트들
을 함께 이끌어갈 부운영자를 찾고 있는 중이다.

글;하기철 기자/사진;장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