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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학습

수업에 전문가를 끌어 들이기

교컴지기 | 2013.01.09 07:33 | 조회 19162 | 공감 4 | 비공감 0
ICT 활용수업 유형 중의 하나로 '전문가와 교류하기'라는 것이 있다. 학습자들이 수업 과정에서 설명이 필요한 개념이나 실세계에서 활용되는 사례를 알고 싶을 때 그 분야 전문가를 직접 방문하거나 메일을 보내 도움을 청하는 방식이다. 프로젝트 학습 과정에서도 종종 적용되는 효과적인 방식 중의 하나이다. 

두 해 전 핀란드 학교를 방문하여 수업참관을 하는데 학생들이 전문가 교류 활동을 아주 멋지게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역시 수업이란 어떤 기법이나 유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적 과제(authentic tasks)를 수업 속에서 일상적으로 녹여낼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핀란드의 한 종합학교에서 관찰한 수업에서 내가 전문가 교류하기라고 생각한 것은, (실제 그들은 이 것이 전문가 교류인지, 또는 프로젝트 학습인지에 대하여 관심도 없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협력학습도 마찬가지다. 기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수업의 일상 속에서 학생들이 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교사가 실물화상기를 통하여 두부의 포장을 비춰주는 것으로 수업의 도입이 시작되었다. 이것을 보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대화하고 발표하는 것이 이 수업의 주된 흐름이다. (아래 사진, 핀란드 라또까르타노 종합학교 수업시간. 함영기 사진(c), 2010)

사진 속의 교사는 두부의 포장지를 대형화면으로 보여주면서 몇 가지 발문 성격의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발언한다. 두부의 재료는 무엇인지, 어떻게 만드는지, 몸에 유익한지, 어떻게 요리하는지...등등 따로 형식이 없다. 교사는 그저 고개만 끄떡이면서 아이들의 발언을 듣고 적절하게 개입하면서 다음으로 진행한다.

또 포장지를 이리저리 뒤집어서 다양하게 관찰하도록 배려한다. 그러다가 제품의 상세정보를 깨알같이 적은 면을 비춰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제품정보에는 두부의 성분, 원재료, 제조 공정, 첨가물 등이 표시돼 있다. 첨가물을 보다가 '소포제, 응고제 미량...' 이런 문구가 나온다. 아이들은 모르는 단어이기 때문에 교사에게 질문한다. 예상대로 교사는 바로 답변하지 않고, '그래, 이걸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라고 뜸을 들인다. 

 

2010. 핀란드 라또까르타노 종합학교 수업시간. 함영기 사진(c)

그러자 한 아이가 '거기 두부 만든 회사 소비자 상담실에 물어봐요.' 이렇게 말한다. 교사는 '그래, 그것 좋은 방법이다. 누가 전화해 볼까?' 하면서 아이들을 둘러본다. 아이 중 한 명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다. '제가 지금 수업 중에 당신네 회사에서 만든 두부의 포장지를 살펴보던 중 모르는 용어가 있어 질문하니 설명좀 해달라'고 한다. 소비자 상담실 담당자는 익숙하고도 친절하게 두부에 왜 그런 첨가물이 조금 들어가는지 설명한다. 

'그런 첨가제를 넣어서 두부를 조금 단단하게 하면 운반에도 편리하고 요리할 때도 쉽게 망가지지 않아서 편리해요, 단 아주 조금만 넣어야 하지요.' 이럲게 설명을 해주면 이것을 들은 학생은 전체 학생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자기가 전화로 이야기 한 내용을 발표한다. 실제 핀란드 학생들은 모두 이런 식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나중에 졸업하여 직장에 가서 이런 전화를 학생으로부터 받으면 자기가 알고 있는 바를 토대로 친절하게 답변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 내용을 메모하기도 하고 추가 질문을 하기도 하며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보다 심화된 내용을 탐구해 나간다. 전문가가 결정적 답을 학생들에게 해줄수도 있지만 전문가 역시 교사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를 해 나갈 수 있도록 측면에서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바로 이것이 내가 본 전형적인 전문가 교류하기 학습이다. 이렇게 하여 핀란드 아이들의 산 지식이 축적된다. PISA에서 한국 학생들과 핀란드 학생들은 모두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그 것을 달성하는 방식은 완전하게 다르다. 이 것의 근본적 차이를 알지 못하면 아무리 미래핵심역량을 외쳐도 헛구호에 불과하다.

교컴지기^^

 (PS) 위 사례는 필자가 핀란드 학교 방문 길에 관찰한 사례를 한국의 교사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서사구조를 첨가했고 내용을 흐리지 않는 범위에서 약간의 윤색을 하였음을 밝힙니다. 그냥 일반적인 수업의 한 형태로만 관찰하면(즉 한국교사들이 수업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보면) 이 수업의 의도, 의미, 과정 등에 접근하기 힘들겠죠. 이렇게 수업을 보는 관점을 엘리엇 아이즈너는 '전문가의 감식안'이라 불렀는데 이 이론은 국내에 들어와 ''수업비평'이라는 질적 수업보기의 한 형태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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