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살아갈 힘'을 읽고
나는 솔직히 매일 매일 순간순간 ‘살아갈 힘’이 필요하다. 감사와 기쁨으로 충만할 때 내 마음에 여유가 넘칠 때 아이들에게 너그러워지지만, 내 몸 또는 가족이 아플 때, 예기치 않은 급한 일들이 생길 때, 아이들 교육에 회의가 들 때 마음의 평정이 순식간에 깨진다. 어떤 때는 모든 것 다 제치고 깊은 산속으로 숨고 싶을 때도 있다. 이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의연하게 닥쳐진 상황을 너끈히 감당할 ‘살아갈 힘’을 얻고 싶다.
저자는 ‘살아갈 힘‘을 ’자기 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힘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능력을 키움과 동시에 그것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생각을 표현하고, 사회속에서 의미 있는 황동을 하여 자신의 위치를 획득해 가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살아갈 힘을 키우기 위해 특별히 필요한 요소는 몰입의 체험, 대자연과 마주하기, 인디언들의 ‘노래와 춤과 기도’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자연속에서 구속하지 않고 몰입의 체험을 제공하는 서드베리 학교, 어린이집 아이들을 진흙에서 3개월 동안 구멍을 파는 체험을 하고 난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는 예는 몰입과 놀이, 자연속에서의 체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몰입의 체험, 대자연과 마주하는 시간을 얼마나 주고 있는지.. 저자는 아이들이 ‘몰입’에 들어가게 하려면 우선은 ‘자유’를 주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까에 대해 어른의 강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의 어린 시절은 ‘자유’가 많았다. 어른들은 먹고 살기에 바빠서 우리들을 챙길 여유가 전혀 없었다. 집 근처에 냇가가 있었고, 자매와 골목친구들이 있어서 자유롭게 놀았던 추억들이 있다. 그게 살아갈 힘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그리 자율적이고 창조적이고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 시대 아이들은 정말 수동적이다. 그나마 지금 1학년을 가르치고 있어 창조성, 호기심이 번뜩이는 아이가 보인다. 하지만 신경질적이며 괴성을 지르고 다른 아이들을 집적거리는 아이, 자기표현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소심한 아이 등 불안한 아이들이 더 많다.
그럼 이 아이들에게 살아갈 힘인 몰입의 체험,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가? 나 자체가 아이들을 무조건적으로 자유롭게 수용해줄 수 있는 그런 넉넉한 힘은 가지고 않다. 아이들이 버거울 때가 참 많다. 사회구조적 시스템 탓을 하고 고민 없이 살고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교사, 부모로서의 책임감은 벗어날 수가 없다. 아이들의 ‘살아갈 힘’을 키우기 위해 제한적이지만 학교에서 교과와 관련하여 놀 수 있는 환경을 많이 주어야겠다. 만들기, 노래, 운동 등 예체능 활동을 할 때 아이들의 눈은 살아있다. 스킬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 자유롭게 자발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쉬는 시간만이라도 신 나게 놀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래서 ‘찰방아이’든 ‘닦는 아이(착한아이)’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행복한 교사가 되고 싶다.
인디언들의 대자연에서의 기도는 신 앞에서 겸손하게 살아갈 힘을 구하는 것일 것이다. 나도 ‘살아갈 힘’을 달라고 기도한다. 나의 모난 부분들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갈고 닦여지길. 조급하지 않고 좀 더 느긋하게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해달라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의연하게 닥쳐진 상황을 너끈히 감당할 ‘살아갈 힘’을 달라고. 아이들이 인생을 헤쳐나가는데 ‘살아갈 힘’을 조금이라도 줄 수 있는 부모이며 교사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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