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교컴
然在의 책 이야기 4 - 어린 시절의 책
앞서 말씀드린
<금성출판사 칼라명작 소년소녀 세계문학> 30권이
제 기억 속의 첫 책 읽는 재미를 안겨준 귀한 책입니다.
학교 들어가서... 초등학교 때도
(가끔은 중고등학교때도)
빼서 읽어보면
그 그림과 어우러진 책의 재미가 늘 쏠쏠했습니다. ^^
그 다음 책이
120권짜리 계몽사 문고 였어요.
흰고래 모비딕으로 시작하는 그 책을 아시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 ^^;
제 기억에 아마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쯤 들어온 것 같아요.
그 즈음 10권짜리 백과사전과(그 당시는 과목별로 되어 있었어요. 처음 두 권이 국어였죠 아마..)
그리고 7권짜리 생물도감(으... 생생한 개구리, 각종 곤충 들의 사진...이 때의 기억으로 저는 과학쪽 책을 잘 안 읽었나봅니다... 주로 인문서... ^^;)
여튼, 이 계몽사 문고는 참말 닳고 닳도록 읽는 것 같습니다.
저희 오빠는 얼마나 좋았는지
책이 오는 날 세 권인가 다섯 권을 읽었다고...
하여간 두 남매가 120권을 참으로 알뜰히
읽고 또 읽었습니다.
아버지가 쓰시던 커다란 나무 책상에
새로 짠 책꽂이 두 개를 올려 놓고
한 개는 계몽사 120권과 백과사전을,
한 개는 금성사 30권과 다른 백과 사전, 책들..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이 책상에서
사과를 먹으며 책을 읽고 있던 제 모습도 있습니다.. ^^
아... 추억을 더듬다 보니 말이 많죠..
음.. 그런데 이 추억들 속에서
무엇보다 감사한 건
어머니입니다.
그 당시 (요즘도 마찬가지이지만)
전집을 구매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게다가 당시 넉넉한 살림도 아닌,
저희 남매 우유 먹이는 것도 고민하시면서 사시던 살림이라..
전집을 사주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답니다.
제 기억으로 저희 동네에서
이 책 산 집
저희 집 밖에 없었습니다.
여튼 그 덕분에
저는 어려움 모르고 책과 즐겁게 살게 된 것 같습니다.
단 한 번도 "책 좀 읽어라"라는 소리 안 듣고도
책 읽는 것이 유일한 즐겁움이 되었으니까요... ^^
*보태기 : 두 전집은 30년에 넘게 저희와 함께 살았어요..
그런데 늘어나는 책들에 어느 날 제가 눌려 죽을 것 같아서
비장한 마음으로
동네 어린이 문고에,,,,
올해(2009) 1월... 기증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
그 기억에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왜 그랬을까....
기증하고 돌아서는데
그 분들은 제가 어떤 마음으로 이 책들을 아껴왔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
정말 이 책들이 홀대 받고 생을 마감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다시 들고 나오고 싶었거든요. 후회가 들면서...
얼마나 애지중지 깔끔하게 읽으며 귀하게 보관해왔었는데....
아,,, 그래도
그 책들이 저를 이렇게 키워줬으니
그것만으로 감사하며 마음을 접어야겠죠?
그래도.. 눈물이 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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