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의 맛집 프로그램을 보면서 적었던 글인데, 함께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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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보면, 어느 한 곳에서는 으례 맛집 소개 장면이 나오곤 한다.

재료의 신선함을 강조하는 추세에 맞춰서 인지.. 살아있는 낙지나 문어, 생선을 뜨거운 물에 넣고 

바로 끓여내는 장면이 참 많다.

펄떡거리는 생선이 클로즈업 되기도 하고,

뜨거운 물에서 기어 나오려고 버둥대는 문어를

손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손가락으로 찔러보며 좋아하기도 한다.

 

생선을 가지고 노는 장면을 일부러 연출하고, 후려쳐서 피가 튀기면 환호성을 지르고 마구 좋아한다.

 

에고...

살아있는 것들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장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방송이 된다.

 

아니지? 단순히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게 아니라.

괴롭히다가 공포스럽게 죽이며 좋아하는 모습들 말이다.

 

몇 년 전, 모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에 납품하는 닭 도살장이 폭로된 적이 있었다.

외국의 일이었는데, 도살장 직원이 살아있는 닭들을 장홧발로 뭉개며 짓밟고 다니던 모습은

동물 학대 논란을 야기시켰다.

 

그러나.... 식도락을 위해 도살의 순간을 일부러 지체시키며 공포를 불필요하게 극대화시키는 장면은

우리 사회에서는 아예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 듯하다.

 

죽임을 당하는 상대가 낙지든, 소나 개든 또는 사람이든,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그 고통이 실제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생선은 고통을 못느낀대' 하는 소리를 들으면, 참, 낯뜨거운 핑계같이 느껴진다.

 행여, 진짜 고통은 못 느낀다 해도, 죽음의 공포를 모르는 생명이 있던가?

 살려고 펄떡대는 게 좋아서 춤추는 건가? 이 사람아!

 

암튼, 죽어가는 존재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결국 제3자일뿐, 남의 고통은 절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이 고통 받는게 싫거나 불쌍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사람에게 '공감'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이 고통에 대한 공감 능력은 타고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건 아닌 듯 하다.

이건, 학습을 통해 길러지는(최소한, '바르게 길러지는') 능력이 아닐까?

더 중요한 건, 남의 고통을 대할 때 어떻게 '대응'하게 되는지는 훨씬 더 학습의 결과일 거라고 생각한다.

심리적 대응, 행동적 대응과 대처, 모두 말이다.

 

아이들은 살아있는 송아지의 네 발을 묶고 산채로 육회를 뜨더라도

어른들이 환호하고 기뻐하면, 서슴없이 같이 환호할 수 있다.

왜 안 그러겠는가? 

 

'음식'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생명을 가지고 놀면서 천천히 죽이는 동안

괴롭히는 장면에 기쁨을 느끼도록 학습되는 건 아닐까...?

이런 학습은 나보다 약한 존재를 대하면 서슴없이 괴롭히는,

또는 괴롭힘을 당하는 존재를 봐도 그저 지나쳐 버리는 행동적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음식에 대한 폭력을 사람에 대한 폭력과 연결시키는 이런 황당한 생각이,

정말로 그냥 '황당한 비약'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럴까?

고통을 당하는 존재에 대한 공감은 그 존재가 사람일 때에는 자동적으로 짠~하고 등장할 터이니 걱정할 거 없다... 일까?

 

행여라도 사람을 대상으로는 그런 공감력이 짠 등장한다 쳐도,

한가지 사실은 여전히 남는다.

 

사람만 생명이냐?

사람만 아프냐?

사람만 무섭냐?..... ㅡㅡ;

 

아무튼, 평상시에 집안에 앉아서

뭔가를 공포스럽게 죽이면서 즐거워하는 장면을 허구헌날 보는 게...

 

난 아무래도 이상하다. 고통받는 존재를 보면서 어서어서 즐거워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정말 이상하고... 또,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