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R 플랫폼 사례
‘열린 교육자료’ 의미하는 오이알
교육격차 줄이는 실마리 될지 주목
‘교컴’, ‘학습놀이터’ 등 플랫폼
교사들 직접 만든 학습자료 올려
피드백 주고받고 오프라인 모임도 가져
학생 자기주도학습 돕는 데 한몫도

인천 안남초 이성근 교사와 학생들이 학습놀이터에 올라온 자료로 만든 활동지를 이용해 마인드맵 수업을 하고 있다. 이성근 교사 제공
인천 안남초 이성근 교사와 학생들이 학습놀이터에 올라온 자료로 만든 활동지를 이용해 마인드맵 수업을 하고 있다. 이성근 교사 제공
미술 시간에 태블릿피시로 도자기 제작 앱을 내려받아 도자기를 빚는다. 영어 시간에 원격화상 채팅을 이용해 다른 나라 학생들과 이야기 나눈다. 정보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거나 코딩 프로그램을 활용해 게임이나 앱을 직접 만들고 이 과정을 유튜브에 올린다. ‘스마트 교육’, ‘디지털 교과서’,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교육’, ‘소프트웨어(SW) 교육’ 등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교육 현장에도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고 실제 수업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이런 기술이 과연 교육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까. 모든 아이가 이런 교육을 누리고 있을까. 10월28일 열린 2016 서울국제교육포럼에서는 여러 분야에서의 교육 불평등을 다뤘다. 이날 ‘디지털 격차와 교육 불평등 넘어서기: 공유와 개방의 OER(열린 교육자료)을 중심으로’라는 주제 발표를 한 한국교육개발원 신하영 연구원은 “디지털 격차가 단순히 교육격차를 없애거나 오히려 심화시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다만 ‘오이알’이 지역이나 부모의 경제적 수준, 국적이나 장애 여부 등 물리적·전통적 교육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가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열린지식재단에 따르면 ‘오이알’(OER·Open Educational Resources)은 인터넷을 통해 국경을 넘고 기기 간 경계를 넘어 공개 혹은 공유되는 학습자원을 의미하는 단어다. 강의 동영상·수업 자료·소프트웨어·평가 및 관련 플랫폼 등 모든 자료를 교육적인 목적으로 접근하고 재생산하거나 활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가령, 언어(국적)에 따른 교육격차를 오이알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영어 교육자료를 무료로 이용해 영어능력을 습득한 뒤 미국이나 영국에서 얻을 수 있는 교육의 풍족함을 누리는 것이다. 신 연구원은 “기존에는 부모가 돈이 없어서 자녀가 교육을 못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지금은 오이알을 통해 손쉽게 다양한 교육을 접할 기회가 늘고 있다. 이는 ‘교육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교사들 가운데서도 오이알 플랫폼을 직접 운영하는 이들이 있다. 1997년에 만들어진 ‘교컴’(eduict.org)은 ‘교실 밖 교사 커뮤니티’를 표방한 모임이다. 누리집에는 현직 교사들이 올린 수업 방법과 사례 모음은 물론 학급운영 자료가 올라와 있다. 현재 8만5000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며, 대부분 현직교사와 예비 교사, 교육 관계자들이다. 이 누리집의 가장 큰 장점은 초·중·고 모든 교과와 특수교육 자료까지 총망라해 누구든 회원가입만 하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교사들은 수업자료 공개하는 걸 쑥스러워한다. 각자 스타일이 달라 다른 교사의 자료를 잘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교컴 대표 최향임 교사(누원고)는 “유익한 자료일수록 더욱더 공유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교사 스스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교컴에 가입한 교사들은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도 갖는다. 카페에 올린 자료를 직접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좀더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연극을 함께 관람하거나 책을 읽는 등 지역별 공부모임도 꾸려졌다. 최 교사는 “이 공간은 아이들에게 좀더 나은 배움을 전달하는 목적은 물론 교사 간 정보 공유를 통해 집단지성이 발휘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교컴은 자료 창고가 아니다. 교과 관련한 자료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모임이나 누리집도 많다. 이곳은 단순히 자료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 큰 틀에서 교육의 철학적 방향이나 고민을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다. 실제 그런 부분 때문에 찾는 교사들이 많다.”

메인화면에 ‘초등선생님들의 과외카페’라고 설명해놓은 ‘학습놀이터’(cafe.naver.com/welearning2011)는 2011년 교사들이 꾸린 인터넷 카페다. 학생들이 학원에 가거나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 카페에 올라온 자료만으로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게 하자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카페 운영자인 이성근 교사(인천 안남초)는 “아이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공부는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왜 공부하는지 고민하게 하고, 실질적인 학습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당시 아이들이 모르는 수학문제를 ‘네이버 지식인’에 많이 물어본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동료 교사들과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해주다 아예 카페를 만들었다. “지식인에 답변하면서 카페 홍보하는 링크를 자주 걸어서 아이디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웃음)”며 “보통의 인강이 20~30분 분량이라 아이들이 지루해하는 걸 알고 개념 하나당 문제를 한두 개 넣어서 5분 정도의 영상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궁금한 부분만 편하게 골라 들을 수도 있다”고 했다.

카페에는 국어·사회·수학·과학 등 교과학습 관련 영상이 3000개 넘게 올라와 있다. 이외에도 ‘착한 공부법 배워보기’ 게시판은 노트 필기, 마인드맵, 시간관리 등 자기주도학습에 필요한 노하우도 알려준다. 현재 카페 회원은 5만명을 훌쩍 넘었고 카페에 올렸던 자료를 모아 <착한공부법>이라는 책도 엮어 냈다.

학습놀이터는 교사 대상의 자료 공유, 학생들의 학습도우미 창구를 넘어 학생에게도 열린 공간이다. ‘T나는 공부(또래쌤)’는 학생들이 직접 자료를 만들어 올릴 수 있는 게시판이다. 교사들이 학생들 대상으로 ‘지식나눔대회’를 열어 잘 만든 내용을 선별해 올리는 식이다. 처음에는 교과 관련 주제 위주였는데 지금은 그림 그리기, 사투리 배우기 등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자료가 올라와 있다.

이 교사는 “현재 교육은 가진 사람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는 거 같다. 현직에 있으면서 힘없고 가난한 애들이 위로 더 올라가지 못하는 걸 느낄 때 씁쓸하다. 이런 플랫폼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지방에서 사교육의 혜택을 못 받는 학생이나 나이 들어 공부를 시작한 어른, 자녀에게 직접 알려주기 위해 공부하는 학부모 등이 카페에서 도움을 받았다는 쪽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교육용 자료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 하지만 내용의 질이나 신뢰도를 담보할 수 없고, 간혹 나쁜 내용도 있다”며 “학습놀이터처럼 좋은 교육자료를 공유하는 누리집을 활발히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열린 강좌인 ‘무크’ 사이트도 현재 일부 강의는 돈을 받는다. 그만큼 무료로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플랫폼에 대한 투자나 지원이 있으면 좋을 거 같다. 우리가 말하는 착한공부법은 ‘스스로, 친구들과 함께, 재밌게 하는 공부’를 말하다. 오이알이 이런 공부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